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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개발을 다 잘하는 풀스택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는 어린 후배들이 '망캐'가 되지 않길 바라는 선배가

Career mentoring

by 무병장수권력자 2021. 9. 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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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개발을 다 잘하는 풀스택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는 어린 후배들에게 
T자형 인재의 의미를 잘못 이해해서 망캐가 되지 않길 바라는 선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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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보통 3년차 미만의 후배 PM이나 SW 엔지니어들과 이야기를 할 때... (꼰대 스럽지만) "어떤 PM 또는 어떤 SW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라고 자주 물어봅니다. 그러면... 곰곰히 생각해본 후 아래처럼 말하는 후배들이 꽤 있습니다.
1) 직접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획자
2) 직접 사업 기획, 제품 기획을 할 수 있는 개발자
3) 프론트, 백엔드, 심지어 모바일 개발까지 모두 잘할 수 있는 풀스택 개발자

모두 굉장히 좋습니다! 잘 성장해서 셋 중에 하나가 된다면 시장에서 아주 비싸게 오랫동안 활약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그리도 훌륭하게 성장하는 과정에 실수가 있거나... 하면... 불행하게도 두가지 이상을 동시에 잘하는 멀티 능력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도 저도 아닌 색깔없는 직장인이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조금은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제 생각을 말씀 드려 봅니다. 

저는 'SW 제품 개발자의 올바른 성장'을 '게임에서 캐릭터 키우기'에 자주 비유하곤 합니다. 본격적인 비유에 앞서 제 게임 인생을 잠깐 소개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유명했던 MMORPG 중 하나는 디아블로2 였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총 7개의 캐릭터가 있는데요. 제가 가장 처음에 사용했던 캐릭터는 바바리안이었습니다. 바바리안은 훨윈드라는 초강력 울트라 수퍼짱 기술이 있었는데요. 스치면 죽는 기술입니다. 바바는 몸빵 캐릭이기 때문에 기본 체력과 방어력이 강한데요. 선두에서 팀을 보호하면서 가장 화끈하게 싸우는 모습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만랩이 60레벨이었던 것 같은데요... 한 40레벨까지는 (저의 게임 중 헌신과 성실함 덕에) 나의 바바는 (연구실) 클랜에서도 가장 고마움을 많이 받는 캐릭이었습니다. 

그런데... 40레벨이 넘어가면서... 다른 팀 바바에 비해... 자주 먼저 죽기 시작했고... PK나 1:1에서 ... 참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유는... 테크 트리(tech tree)가 엉망이었기 때문이었는데요. (필자 주 : 테크 트리 란, 게임을 일정 시간 플레이하면 경험치가 쌓이고, 경험치가 일정 이상으로 쌓이면 레벨이 상승하게되는데, 그 시점에 각 캐릭터는 원하는 능력을 업그레이드를 시킬 수 있습니다. 이때 성장시킨 능력치 발전 모습을 테크 트리라고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바바리안은 최전방 전투라인에서 적들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우리 팀을 향해 공격해오는 다른 근접 캐릭터를 빨리 제거하여 팀을 보호하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 그러려면, 방어력과 공격력이 모두 매우 강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레벨 업 때마다.. (순진하게) 한번은 방어력, 한번은 공격력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아갔습니다. 첨에는 큰 문제가 없고... 오히려 발란스 있는 능력이 장점이었는데... 고수들의 싸움으로 가니...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하나의 캐릭터 측면에서만 생각해서 아무 생각없이 골고루 능력치를 주었는데... 전투는 2:2, 3:3 과 같이 패싸움을 하게 되는데요... 그러다보니 어설픈 공격과 방어 능력보다는... 바바리안은 방어력 위주로 키우고, 다른 후방 플레이어는 공격력 위주로 키워서 전투하는 것이 훨씬 승률이 좋았던 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우리팀은 방어 5인 제 바바리안으로 상대방의 공격 10을 받아내야 하는데, 다른 팀은 방어 8인 상대 탱커가 공격 10을 받아내고 있기 때문에... 전투에서 제 바바가 항상 먼저 죽게되고 전투는 2:2에서 1:2로 바뀌면서 급격히 열세에 몰리게 되는 것이지요... ㅜㅜ 


저는 나중에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는... 만랩에 가까운 캐릭터였지만 그 캐릭터를 버리고 레벨 1부터 다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다시 키울 때는 바바리안이 아니라 아마존(궁사)을 키웠습니다. 디아블로를 몇달 진지하게 하다보니... 전방에서 몸빵하면서 다소 무식하게 싸우는 것이 제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뒤 늦게 알았거든요. 하... 하지만, 바바리안을 잘못 키우면서 디아블로의 다이내믹스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번째 캐릭터이었던 아마존은 훨씬 짧은 기간에 키울 수 있었고, 앞서 고민했던 단점을 모두 해결한 극강의 캐릭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능력치는 공격력에 몰빵이 되어 있었고, 초강력 하이드로 보우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약한 방어력을 보완하기 위해 최대한 좋은 장화와 갑옷을 입혀서 이를 보완했었습니다. 극강의 공격력이었기 때문에 최대 2~3방이면 왠만한 캐릭터는 바로 아웃시킬 수 있었고, (비싼 장화 덕분에) 워낙 발이 빨랐기 때문에 제 아마존 근처로는 왠만한 캐릭터는 근처까지 올 수가 없었거든요... :)

뭐.. 게임 잘했다는 이야기를 드리려는 건 아니고요... 서론이 길었지만 이제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첫번째 주목할 부분은... 인생에서 고를 수 있는 캐릭터는 하나라는 점입니다.
위의 제 경험은 컴퓨터 게임이니까... 바바리안으로 해보다가 안되면 아마존으로 다시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 레알 삶에서는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레벨 하나 올리는 것이 우리 나이 한 살 더 먹는 거랑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즉... 레벨 40까지 찍어버린 캐릭이라면 이미.. 40년을 써버린 거랑.... 정말 비슷해요... 40이 되어서... 내가 성장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하아... 괴롭습니다. 그래서, 너무 늦지 않게 평생을 함께 할 캐릭터를 잘 골라야 합니다. 기획자가 되던가... 개발자가 되겠다고 잘 선택하세요. 개획자, 기발자... 이런 거 없습니다. 있긴 한데... 평범한 인간계에는 없는 능력이에요. 나는 무엇으로 불리우고 싶은지를 확실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두번째 중요한 부분은... 만랩까지 찍을 수 있는 능력치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는 겁니다. 예시에서 말한... 바바리안 케이스 있죠... 테크 트리를 잘못 찍어서... 망캐(망한 캐릭터)가 되어서 버릴 수 밖에 없었던... 바바리안이요. 제발... 기발자, 개획자... 가 되겠다고 주니어 때 능력치를 애매하게 막 찍는 우를 범하지 마세요. (시간을 애매하게 보내지 말라는 말입니다.) 여러분이 레알 세상에서 상대해야 하는 다른팀 플레이어들은 공격이나 방어 중 하나를 잘 선택해서 그 분야에서 극강의 능력치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나보다 부족한 능력이 당연히 있죠... 하지만 그건 팀의 다른 동료들이 보완하고 있어요. 이기는 팀들은 다들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있기 떄문에... 대강 찍은 테크 트리를 가지고는... 어디가도 보통이 되고 환영받지 못하게 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은... 우리는 복잡한 것들을 만들고 있고 그건 혼자서는 죽어도 못 한다는 거에요. 디아블로에서 몰려서 패싸움을 하는 것처럼... 우리는 대부분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제는 없기 때문이에요. (조선시대에 가내수공업 같은 일정도..?) 팀웍의 미학은 전문성의 환상적인 결합을 통한 시너지 이거든요. 깊이가 부족한 10명보다... 깊이있는 5명이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숫자는 적더라도 고급 인재들을 모으려고 회사들이 혈안이 되어 있는 거에요. 세상은 전문가들이 협업해서 만들어 가고 있답니다


이렇게 반론을 말씀 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레알 세상에는 다양한 능력치를 가진 사람들이 있던데요... 전 그런 분들이 되고 싶은 거에요! 무시하시는 겁니까 왜 안된다고 하시는 겁니까?"
네! 될 수 있어요. 분명히요. 그런데... 그러려면 이걸 명심하셔야 해요. 우리의 시간은 매우 한정적이거든요... 밤새가면서 계속 무한히 캐릭터를 만들 수는 없어요.. 그러니 2개 이상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으면 최대한 시간 효율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그 방법으로 추천드립니다. 만랩의 바바리안을 먼저 만드신 후, 두번째 아마존을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훨씬 빠른 시간에 새로운 캐릭터를 잘 성장시킬 수 있어요. 이게 아주 중요한 핵심인데요... 한 분야에 정통하면 다른 분야로 넘어가는 것이 매우 수월합니다.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이미 전체적인 구조에 대한 이해가 있고, 다른 전문 분야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이해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의 지식 습득의 속도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거든요. 우선은 한가지를 깊이 진짜로 잘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가끔 T자형 인재가 필요한 세상이라고들 하죠..? 이 말은 진짜 정답이에요. 하지만, T자형 인재가 되는 방법은... 선깊고 후넓게 입니다.. 선넓고 후깊게....는 시장에서 크게 선호되지 않습니다. 꼭 명심하세요. 후배님들 응원합니다! 전문가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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