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CA나 복잡계라는 말이 익숙하실 거에요. (안 익숙하시면... 참고요. https://techbizinsight.tistory.com/7 )
한마디로 세상이 겁나게 복잡해서 쉽게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예전과는 다르게) 한 두 명 리더의 선견지명으로 지속적인 사업의 우위를 점하기 어렵고, 그 결과 톱다운의 일방적인 업무방식은 점점 그 효력을 다하여, 집단지성, 수평적 조직문화, 그리고 소통의 가치가 계속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기존의 업무 방식과 현재의 업무 방식이 어떻게 다른 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그림인거 같아요.
왼쪽은 정해진 업무를 '자알', '빨리' 해내야 하는 조직에 어울리는 톱다운 수직 조직인데요. 1인당 결과 산출 효율이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경험 많은 리더십이 업무를 잘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이드하고 그대로 따라서 하라고 수행을 지시하는 형태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조직이 요런 포메이션으로 움직이고 있고, 움직여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컨베이어 벨트 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제조업, 지역/거래처 여건이 너무 많이 달라서 팀원끼리 협업이 적은 영업, 업무가 다소 루틴한 총무, 영혼을 넣지 않는 SI 개발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거예요 ^^ 너무 민감하게 받지 말아 주세요♡)
이에 반해 요즘 뜨고 있는 IT 기술을 앞세운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 들을 만들고 관리하는 팀의 경우에는 조금은 다른 포메이션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IT 기술 업무는 특성상 오른쪽 그림과 같은 업무 방식으로 협업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비지니스 사이드의 업무는 소수의 사람이 상대적으로 넓은 범위를 커버 치는 부분이 많고, 비지니스 간 영향이 크지 않은 경우도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부에서조차 정보를 통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SW 개발은... 보통 그렇지 못해요. 그러면 망해요. 왜냐면, 눈에 보이는 작은 기능 하나에도 꽤 많은 사람이 붙어야 하거든요. (안드로이드 개발, ios 개발, 웹 프론트 개발, 서버 개발, DBA, Devops...) 여기에 더해서 PM, 디자이너, 비즈 담당까지 커뮤니케이션에 참여를 하다 보니... 오른쪽과 같은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는 거미줄 형태의 소통 경로가 만들어지게 마련입니다. 이렇게도 복잡한데.... 만약에 이거를 팀장, 본부장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통제하고 있다면... 아마도... 그건 거짓... 마알...
중요한 이야기이니 예를 한번 들어볼게요.
biz 리더가 경영진으로부터 구독 기능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일을 시작해 봅니다.
1) biz실무가 biz리더에게 실행안을 보고하고 컨펌
2) biz 실무가 pm 실무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 받음
3) pm 실무가 pm 리드에게 보고하고 컨펌 받음
4) pm 리드와 biz 리더 간 형식적으로 동의
5) pm 리드가 개발 총괄 리드에게 설명 / 동의
6) 개발 총괄 리드가 안드로이드 리드, ios 리드, 웹프론트 리드, 백엔드 리드, DBA, Devops 리드를 모아놓고 task 설명 / 지시
7) 리드 들이 다시 팀원에게 내용 설명, 설계 제안
8) 실무 개발자들은 지시받은 설계로 구현
9) 리드들이 각자 산출물 가지고 조립 시도
10) 안됨. 다시 해도 안됨. 계속 안됨
11) 개발자들 와보라고 함. 버그 있음. 또는 설계 틀림. 또는 구현 덜됨....
12) 각자 작업 다시 한 후 또 모임.... 근데 안됨..
13) PM 부르라 함. 요구사항이 문제라고 함
14) PM.. 난처한데... 일단 알겠다 하고 biz에 전달함. 내년쯤 될 거라고...
좀 억지로 과장시킨 면이 있어요. :)
확실히 이렇게 일하면 안 될 거 같으시죠? 그런데... 음... 쩌업.... 어디선가 경험해본 것 같은.. 익숙한 그림 아니세요?
꼭 그런건 아니지만... 업무 소통이 안되고 복잡해지는 root cause가.... '완장찬 리더들이 꼭 뭔가를 결정하고 싶어 하는 욕심' 때문이기도 합니다. 굉장한 실력을 발휘하던 실무 인재가.. 크고 작은 팀을 담당하게 되면서... 본인의 실무 능력을 우월한 자리에서 자랑해보고 싶은 그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문제예요. 스스로를 계획 수립 담당자로 셀프 선언하고 난 계획을 짤테니 너희는 모두 내 맘대로 움직여~ 라고 하는 마음... (일을 잘 못 배운...)
사실 요즘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회사는 거의 없어요. (그렇다면 심각한거에요...) Top-tier IT 기업들은 대부분 요래 하지요.
※ 보통 아래와 같은 협업 대화는 JIRA, Slack을 통해서 일어납니다.
박 개발자
'@송BM 주신 요건 구현 중에 보니 구독 기능 요건에 부족함이 있어서 JIRA로 문의해 두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송 BM
'@최PM, @박개발자 비지니스에서 고민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안 주신 오퍼레이션 중에 잠시 업무를 중지하는 기능은 현장에서 아주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기능 반영 부탁드립니다'
최 PM
'@박개발자 @송BM 맞네요. 우리 모두 놓쳤었네요. 역시 우리 개발팀은 디테일 끝판왕입니다. PRD에 추가했습니다. TC 반영 부탁드립니다."
유 TPM
'@dev_all TC 반영되었고, 개발팀 분들은 PRD-32 요건 확인하셔서 적용 부탁드립니다.'
.....
김 그룹장
'@고팀장 JIRA를 쭉 읽어보니 이번 구독 업무 진행이 대체로 잘 되고 있어 보여요. 그런데, 구독 가입 시 고객 정보 수집 동의 부분이요. 충분히 법무 검토가 필요한 부분인데, JIRA 티켓이 보이지 않네요? 이 부분 혹시 별도로 진행되고 있나요?'
고 팀장
'@김그룹장 아참 그렇네요. 백로그에 넣기로 했는데 깜박했어요. 이 부분 담당자인 박러브 님께 공유하고 티켓 생성하면서 이사님도 watcher 추가할게요. 리마인드 주셔서 감사합니다! cc: @최PM'
한참 이야기를 끌면서 여기까지 왔는데요. 그룹장이나 팀장으로써 인력도 계속 투입해주고 있고, 나도 팀원일 때 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 데 팀의 생산성은 늘어나지 않고... 팀은 계속 소통 부재의 문제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아쉽지만 본인이 문제 일 수 있습니다. :) 팀을 리딩하려는 리더십을 버리고, 관찰하는 리더십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움이 될만한 다음 3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어요.
첫째는 오픈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적극 도입해 보세요. JIRA나 Slack이라는 툴을 사용해서 여러 사람이 오픈된 업무 대화에 편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해주세요. 본인을 포함해서 관심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필요한 대화를 관찰할 수 있게 해주세요. 시시콜콜 묻지 말고, 읽어보세요.
둘째는 업무 위임과 간결한 보고 라인입니다. 위의 예시에서 김 상무의 확인 요청에 고 팀장은 정확한 담당자에게 즉시 위임했습니다. 고 팀장 본인이 중간에서 가로 막아서 보고라인을 차지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보고를 위한 보고, 사다리 타는 듯한 보고는 팀을 지치게 합니다.
마지막은 관찰입니다. 많은 대화가 이루어지고 결정이 되는 과정에서 관리자로 보이는 김 그룹장과 고 팀장은 팀원들 사이에 그 어떤 업무도 가로막고 있지 않았습니다. 실무자들끼리 필요한 대부분을 챙기고 있었고, (우리 리더십은 JIRA를 관찰하고 있다는 믿음? 덕에) 불필요한 보고가 필요 없었습니다. 또한 리더는 본인이 시간 여유가 될 때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찬찬히 따라가면서 중요한 맥만 적시에 짚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책에 어울리는 중요한 역할을 충분히 해줬습니다.
사실 리더라는 단어는 너무 포괄적이긴 하거든요. 5명 이하 팀장도 있고, 수십, 수백 명을 리드하는 임원도 있고요. 당연히 모든 경우에 오픈 커뮤니케이션, 위임, 관찰의 리더십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본인의 조직이 창의적인 업무, 작은 소통의 빈도가 많은, 그리고 시간의 대부분을 무언가를 만드는 곳에 사용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보시길 바래요.
오픈 커뮤니케이션, 위임, 관찰의 리더십!
모두가 조화롭게 일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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