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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드릴을 구매하는 이유는, 드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벽에 구멍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Product Engineering

by 무병장수권력자 2025. 1. 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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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개선하면서 길을 잃지 마세요

'이것으로 우리 고객님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거 맞나요?' 라고 백번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제품 개발은 보통 다음의 단계를 거칩니다.

  • 요구사항을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기능을 구체화합니다.
  • 해당 기능을 구현합니다.
  • 구현한 기능을 제품에 통합하고 안정화합니다.
  •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사용자에게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간혹 실수하는 부분은 왜 이 기능을 제공하려고 하였는지를, 이 일을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우리 제품팀은 작년에 몇 번의 좋지 않은 배포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애써 만든 신규 기능인데도 생각보다 유용하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는 정말이지... 슬프고, 힘들고, 때로는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연초에 조용히 뭐가 문제였는지를 깊게 고민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고민 끝에...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한 것은 '우리의 해결안이 고객의 요구사항과 일치하는 지를 재검토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해결안은 요구사항과 당연히 일치하는 거 아닌가...? 싶으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맞고요...

 

어떤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기능을 구상하다 보면 정말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요구사항 관리 기법과 팀의 노하우를 활용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되는 방법을 선택하고, 이를 제품에 녹여내려고 노력합니다. 많은 가능성을 발굴하고 그중에서 가장 멋진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왠지 모를 자신감과 기대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몰입하다 보면... 너무나도 많은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평가하고 조합하는 과정에서 애초의 요구사항이 뭐였는 지가 흐릿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만 그랬을 수도 있고, 우리 팀만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그랬습니다.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이 나태했던 것도 아니고, 논의를 거듭하며 집중했음에도 우리가 만든 답안은 문제가 질문하는 것과는 약간 핀트가 어긋나 있다는 것을 배포 한참 후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답안지를 다 만든 후에 다시 애초의 문제로 되돌아가서 우리가 적절한 답안을 제출했는지 재확인하기로 했습니다. 고객의 사용 패턴을 따라가보면서 이 질문을 계속 반복하였습니다.

' '이것으로 우리 고객님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거 맞나요?'

 

놀랍게도! 분명 답안지를 제출할 때 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한 점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도 분명 여러번 충분히 리뷰를 했는데...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는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리뷰의 방식'이 아니라 '리뷰의 질문'을 바꾸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와 몰입해서 논의나 논쟁을 하다 보면, "우리 원래 무슨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라고 멍...해 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뭔가에 과하게 몰입하면 그 이전에 하던 것을 잠시 까먹는 것은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나는 일 같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하게 몰입하면서 원래의 목적을 잠시 까먹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거죠. 이런 이유로 완성된 기획안을 최초의 요구사항 관점에서 리뷰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답안지가 맞는 지를 고객의 입장에서 따라가며 우리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 '이것으로 우리 고객님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거 맞나요?' '

 

사람들이 드릴을 구매하는 이유는 드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벽에 구멍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액자를 걸기 위해 벽에 구멍을 뚫고 싶다고 했을 뿐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벽에 구멍이 잘 뚫리는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 건데... 가끔은 액자 못을 꼽기에는 너무 큰 구멍만 뚫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기도 하고, 20cm 벽을 관통시키는 과하게 고성능인 장치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20cm 벽을 관통하는 고성능 장치는 분명 멋지지만, 그 멋진 장치에 대한 고객의 피드백도 우리와 마찬가지일 겁니다. 생각보다 유용하지는 않다고...

 

당연한 것인데 잘 해내지 못하고.. 뭔가 대단한 것을 알아낸 것처럼 글을 쓰는 것도 사실은 좀 부끄럽습니다. 다시는 당연한 것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우리 제품팀은 계속 성장한다는 믿음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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