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ChatGPT, Copilot... 엄청나게 다양한 인공지능 제품이 우리 주변으로 등장하면서 AI의 실용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세돌과 맞짱 뜬 딥마인드 AI 시절까지도 나와는 거리가 좀 있는, 좋은 건 알겠는 데 내 삶과는 그닥 상관이 없는 '기술'적인 것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내 업무를 도와주고, 내 판단을 도와주는 '서비스' 차원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AI를 궁금해합니다. 지금의 AI가 가져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를 궁금해합니다.
그래서인지 '스타트랙',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영화에서 그려졌던 모습들을 회자하기도 하고, 유튜브, 책, 세미나 등에서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려지는 미래에 대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AI 2041'은 이런 궁금증을 재미나게 풀어낸 책이었습니다. 진심 재미가 있었어요~
우선 작가부터 흥미로웠습니다.
한 사람은 리카이푸, 타임지 선정 100인에 포함되었던 세계적인 인공지능 전문가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천치우판, SF 소설가입니다. 이 부분이 책을 읽기 전부터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인공지능 전문가과 SF 소설과의 만남이라...! 근데 사실 책을 한참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스타트랙과 같은 우리가 본 많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도 이런 조합으로 대본이 쓰여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이 책은 영화로 치면 10개의 장면(씬)을 소설이나 영화처럼 설명합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여느 SF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합니다. AI 서적이라기에는 사실 너무 재밌는 편이에요. 그리고, 씬이 끝나고 나면 해당 씬에서 언급되었던 기술적인 항목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작가진의 견해가 이어집니다. 이 부분이 가장 좋았던 부분이었다고 생각돼요. AI나 기술적인 백그라운드가 크게 없는 분들에게도 어떤 기술이 어떻게 응용되었는 지를 인지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작가진이 생각하는 위험성 또는 긍정적인 면도 함께 이야기함으로써 한번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줍니다.
여러 개의 씬에서 특별히 재밌게 읽었던 몇 개 씬을 꼽아보면 첫 번째는 '1장 황금코끼리' 입니다.
미래에는 나의 모든 행동이 인공지능 네트워크에 제공될 것이고 그에 따른 혜택과 제한을 동시에 받게 된다는 내용인데요. 지금도 우리는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게 되면 일부 보험료 할인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술받은 이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 보험료가 적게 산정되는 것이지요. 미래에는 이런 부분이 더욱 강조될 것인데 그 모습이 조금은 공격적입니다. 책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먹는 음식이 무엇이냐?, 방문하는 지역이 어디이냐?, 심지어는 교제하는 남자가 누구이냐? 에 따라 실시간으로 보험료 산정이 바뀌는 것을 그리고 있습니다. 술을 자주 먹는다던지, 위험 지역에 자주 방문한다던지, 경제 능력이 뛰어나지 못한 남자와 교제한다면 보험료를 계속 올라갑니다. 반대로 안정적인 행동을 계속할 때는 보험료가 점점 내려가고요. 으으.. 좀 무섭더군요. 내가 교제하는 사람의 경제력, 건강상태까지 반영될 수 있다는 것... 만일 내가 해당 보험 시스템을 만드는 PM이었다면... 왠지 진짜로 그렇게 설계했을 것 같았거든요.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씬은 '6장 거룩한 드라이버' 입니다.
현재의 인공지능이 가진 명확한 한계는 학습되지 않은 것에 대한 창의적인 대처에 약점이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한 반복 동작, 수십만 번의 반복에서 알고리즘과 로직을 발견해서 이를 모델로 만들어서 그와 유사한 동작에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현재의 인공지능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설계된 모델은 학습했던 반복 동작 과 크게 차이나는 무언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를 상상, 추론하는 능력은 크게 떨어지는 편입니다. 책에서는 쓰나미가 습격한 지역에 인명 구조를 위해 파견된 무인 자동차를 원격으로 운전하는 전문 드라이버(게이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무가 쓰러지고 건물이 쓰러지는 위험한 상황에 직감에 의존한 판단을 이어가면서 위기에서 탈출하는 능력은 2041년까지도 인공지능으로는 해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 역시,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고, 그에 대해 인간은 어떻게 대처, 발전해 나아갈 것인가를 논하고 있습니다.
뻔한 이야기 이긴 하지만 결국은 인간의 직업 중 많은 부분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은 변함없는 사실 같습니다.
많은 반복적인 상황, 일반적인 상황에 수집된 데이터를 모델링한 인공지능은 지금보다도 더 빠르게 발전해 나갈 것임이 분명합니다. 반면, (단기적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점점 줄어들 것이니 인간이 발전? 하는 속도는 점점 느려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인간의 독보적인 강점을 보이는 능력 2가지를 꼽았는데요. 이는 '창의력'과 '사회성' 입니다.
아래에는 이 두 가지 능력을 기준으로 현재의 직업을 분류해 놓았습니다. 1사분면의 직업들은 미래에도 인간의 역할이 될 것이다.. 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예시적이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복지사, 노인돌봄, 헤어스타일리스트에 크게 공감되었습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정교함'을 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 표를 기준으로는 배관공 같은 것들이 해당되고, 책 중에 소개된 고스트 드라이버 역시 정교함(+창의력)의 영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적 혁신을 통해 2041년에는 '풍요로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주도하던 생산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24시간 365일 지속하는 세상이 오면서 공산품은 넘쳐나게 될 것이고, 청청에너지가 고도화되면서 에너지 역시 더 이상 부족해지지 않게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지금 현대인들은 먹고살기 위해 하루하루 바쁜 삶을 살고 있는데요.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 세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일하지 않아도 사는 것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유토피아입니다. :)
이와 동시에 인간은 다른 종류의 만족감을 얻기 위해 살 것이라고 합니다. 먹고사는 것을 넘어서 삶의 가치와 보람을 다른 곳에 두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지역 사회에 공헌, 인류에 기여하는 활동들에 대한 어렴풋한, 그리고 어려워 보이는 것들이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요소들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기업, 정치가, 사회의 '풍요로움의 공평한 분배'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마무리합니다.
최근에 AI와 관련된 책들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미래 사회를 그리는 모습은 대부분 비슷한 것 같습니다.
-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덕분에 우리는 엄청나게 윤택하고 풍요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 반면 인공지능 사회의 변화에 맞게 인간이 변화(진화)해야 할 것이다.
조금 자세히 풀어서 적어보면,
- 인공지능 발전에 영향을 덜 받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덕분에 우리는 엄청나게 윤택하고 풍요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 그렇지 못한 사람들 역시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덕분에 현재의 반복적인 노동에서는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인간은 스스로가 인공지능의 assistant 또는 nanny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논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시점인 거 같습니다. 두려움 보다는 인공지능을 자세히, 열심히 공부해서 적어도 나는 인공지능의 발전에 영향을 덜 받는 능력 하나는 가지고 싶습니다. :)
재밌는 책 잘 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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