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독서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예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는 데 한재선 대표님이 클럽장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살짝 신청해 보았습니다. 기대되네요. :) 한 3일간 나누어서 600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책을 읽었는데... 음 사실 저랑은 잘 안 맞는 이념적인 이야기.. ㅎㅎ 그래도 기대됩니다.
다음은 독후감입니다. 기술의 사회적 책임감에 대한 관심있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책은 두껍지만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꽤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어요~
권력과 진보(대런 아세모글루 저)를 읽고
기술은 모든 인류의 양극화, 불평등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여러가지 방법을 제안하였다. 노동자 중심의 이념적으로 선한 사회에 대한 모습과 점점 악해질 수 있는 기업을 제재하기 위한 법적, 사회적인 방안들을 이야기하였다.
• 노동자의 조직화
• (노동자 보호를 지지하는) 시민 사회의 활동
• 사회적 유익한 기업에 부여되는 시장 인센티브
• 거대 테크 기업의 분할
• 조세개혁 : 노동자 고용이 적은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조세 및 이를 재투자하여 불균형 해소
• 노동자에 대한 투자
• 테크놀로지의 방향 재설정을 위한 정부의 리더십
• 프라이버시 보호와 데이터 소유권
• 통신 품위법 230조 철폐
• 디지털 광고세
• 부유세
• 재분배와 사회 안전망 강화
• 교육
• 법정 최저 임금제
• 학계의 개혁
이런 여러 가지 방안이 각자 나름의 효과가 있겠지만 사실 변화를 만들어 내기는 굉장히 어려워 보였다. 사회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한 개념에 동의하고 이를 위해 조직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업이 선한 신념을 가지고 계속 움직여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일반 사람들의 대다수는 개인의 이해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선한 개념에 동의하지만 이해 관계가 결부되는 순간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한 개념을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을지가 우선 의문이다. 또한, 기업의 제1 목표가 이윤 추구인 지금의 기업 경쟁 환경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최근 코로나와 함께 ESG, 사회적 기여 기업이 더 나은 매출을 얻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역시 불황을 맞이하면서 더 저렴한 악한 정부와 기업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는 현실을 볼 때 저자의 주장이 현실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전기차와 클린에너지가 세상을 순식간에 점령할 것 같았지만 클린에너지를 침 튀기며 홍보하던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 화력 발전소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모든 결정의 핵심 공통 요소 중 하나는 돈(이윤)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도 보기 좋고 듣기 좋은 이념적인 것들이 앞에서 논의되기는 하지만 사실 뒤에서는 이권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있다. 이 책에서 선한 조직처럼 언급하고 있는 노동조합 역시도 집단의 이권을 위한 조직이다. 여기서 더 아쉬운 점은 많은 노조는 지도부의 이권이 우선 시 하는 등 크고 작은 불공평이 그 내부에 또한 존재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돈의 영향력은 기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증기기관, 인터넷, 소셜 모두 창발의 시점에는 보기 좋고 듣기도 좋은 이쁜 개념을 가진 혁신적인 것들이었다. 시작은 충분히 순수했지만 그 모습이 처음과 다르게 변화,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이는 변화의 경로를 가게 되는 이유는 대부분 돈, 특정 조직을 향한 이윤 때문이다.
여기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자유 경제 민주주의가 개인의 이윤, 집단의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수백 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고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소련, 중국의 사회주의는 이념적으로 우수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국가적 차원의 효율이나 개개인이 가진 능력의 한계치를 끌어내지 못해서 해당 국가를 가난하게 또는 국가는 부유할지라도 개개인이 불행하게 살게 될 확률을 더 높였다고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아마존 물류 창고의 자동화가 창고 정리 직원들의 일자리를 뺴았고 있으니 악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아마존은 미국에서만 11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창고 자동화를 통해 소수의 인원으로 24시간 물류 창고 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는 기술 개발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는 인류에, 정확하게는 창고 노동자 인류에 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업이나 사회가 이런 논의를 거듭하여 해당 기술을 개발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일어났을 때 비로소 해당 기술의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는 말일까? 책을 읽는 내내 감정적으로 동감이 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사회적인 행동이나 움직임으로 반영하기에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번 더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겠지만 이 부분에서 너무 과한 해석이 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노동자라는 그룹을 좀 더 넓혀서 소수의 사람, 몇몇 기업, 일부 국가가 너무 과도하게 많은 것을 독점하게 되는 불균형에 더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노동자 보호는 다소 공산주의적인 부정적 느낌을 주지만, 인류 보호는 그래도 좀 더 나를 위한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을까? 터미네이터의 제네시스의 위협을 오래전 상상했던 인류는 AI 또는 로봇에 대한 두려움이 일부 존재하고 이에 대한 보호는 어렴풋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명한 사람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그리고 묘하게도 앞서 말한 불균형의 중심에 AI, 로봇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AI와 로봇을 개발하지 말자는 생각은 전혀 아니지만, AI와 로봇이 불균형을 향해 가지는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저자가 제시한 방안 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생각해 보기 전까지는 사회주의 저서인 줄 알았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기술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의식의 개선과 개선된 사회적 의식을 향한 정치적인 입장 변화, 여기서 발생하는 권력을 통한 사회 현실 개선 경로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기술과 기업의 부도덕함을 이야기하였지만 말미에서 그 대안은 사회와 정치에서 찾고 있다. 기업이 포지션을 변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윤 집단에게 이윤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적인 돌파구를 이야기하였던 것 같다. 불평등의 해결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조를 지지하고, ESG 기업을 더 사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빅테크의 시장 독점은 위험하다고 세상에 알려서 이에 동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로, 그런 사람들의 표를 얻기 위한 정부 또는 정치인이 불평등 유발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선한 이념보다는 각자의 이해관계를 통한 평형점의 발견이라 생각된다.
인간은 대부분의 상황에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공공의식, 도덕심이라는 것을 배우고 그렇게 행동하도록 배워왔다. 길에서는 침을 뱉지 말라고 배웠고, 남의 여자를 탐하지 말라고 배웠다. 그런데, 기업의 세계, 국가 간 이해관계에서는 그런 의식이 약하거나, 때로는 없어 보일 때가 있다. 빌게이츠가 말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억만장자의 입장에서 본인을 변호하려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은 경쟁이 기본이고 경쟁이 있는 곳은 불공평이 존재할 수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공평이 도를 넘어 불평등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평등이 기본이 되지 않기 위해 기업 활동,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서도 침은 뱉지 말아야 하고, 남의 여자는 탐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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