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잘되는 음식점 벽에 종종 붙어 있는 글귀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글귀이기도 하지요.
'최고의 조직'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고객과 관련된 LG 구자경 회장의 일화를 잠시 소개합니다.
구자경 회장은 일상에서 종종 통찰력을 얻었습니다. 그가 자주 가는 냉면집은 육수 맛이 좋아서 소문이 널리 퍼졌습니다. 여러 지방에서 미식가들이 찾아올 정도였지요. 그 음식점에는 정면에 커다랗게 '고객은 왕이다' 아는 표어가 걸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액자에서만 하는 말일 뿐, 현실은 딴판이었습니다. 손님들이 우왕좌왕하는데도 종업원은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거나, 냉면이 나오면 탁자 위에 탕탕 소리나게 올려놓기 일쑤였습니다. 주문도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구 회장은 '지금은 장사가 잘 될지 모르지만 결국 고객이 떠나겠구나, 시장이 판단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같은 책에 소개된 아마존의 사례도 하나 더 소개해 봅니다.
책의 저자는 아마존을 통해서 소니의 북리더를 구매하여 사용하였는데 3개월 만에 액정이 고장나게 됩니다. 당시 한국에는 소니 A/S 센터가 없어서 고민하던 중 무작정 아마존 사이트에 접속해서 고객 서비스에 문의를 하게 됩니다. 채팅을 통해서 아마존 A/S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하였고... 첫번째 답변은 여느 기업과 비슷했다고 합니다. "고가의 제품이 그렇게 고장이 나서 안타깝습니다. 몇 분만 기다려 주세요. best option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겠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반품 처리 기간이 지났지만, 이번에 한해서 그냥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아마존 물류처리장으로 본체를 보내주세요. 저희가 제조 회사에 그대로 반품을 처리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저자는 매우 놀랐고, 너무 기쁜 마음에 "아마존은 정말 듣던 대로 세계 최고의 회사이군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였고 A/S 담당자 역시 "저도 아마존이 최고의 회사라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두 사례에서 보았듯이 고객을 어떻게 잘 대접할 것인가는 서비스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이는 앱, 웹을 통한 디지털 서비스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서비스의 경우에는 고객을 직접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기에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이럴 때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컴플레인 목록, VOC를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의 댓글, 블로그나 게시판에 등록된 자사 서비스 평판입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팀이 가진 공통점 중에 하나는 VOC 대응에 광적으로 집착한다는 점입니다.
기능을 구현한다는 어느정도 구색을 갖춘 제품팀이라면 대부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사항이 찰떡같이 반영된 사용성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무나 못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VOC라는 게 워낙 종류가 다양하기도 하고,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VOC에 잘 대응하려면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서 고객의 VOC를 뜯어보면서 '하나하나 정성스레 대응'해야 합니다. 별다른 왕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그저 그런 제품팀의 경우에는 VoC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볍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사례 몇가지만 들어 보겠습니다.
"고객 불만이 몇개 있기는 합니다만 그리 많지 않아요. 개취일 것 같습니다."
"별거 아닌 건데 과하게 컴플레인 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잘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VOC도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판단이 이르기 까지 VOC 하나하나 정성스레 뜯어봤는 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VOC를 정성스레 대응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는 VOC를 한줄 한줄 시간을 들여서 읽어보고 최고의 대응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중요한 단어는 '한줄 한줄' 입니다. VOC는 고객의 입장에서 작성되었기 때문에 멘트의 상세함이 매우 부족합니다. 그냥 대충 대충 읽게되면 알듯? 말듯? 하면서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다 읽고 나서는... 뭐가 고객들의 불만인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고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VOC를 읽어 내려가는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객이 왜 이런 글을 남겼을 까를 생각하면서 읽어 내려가야 합니다. 서비스를 만든 우리의 의도를 완전히 지워버린 후, 우리의 의도를 모르는 고객이 우리 제품을 접했을 때 느끼는 불편함,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VOC의 절대적인 개수에 너무 의존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적극적으로 불편하다고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 성격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후 맛이 별로이거나 서빙이 불편하다고 해서 실제로 컴플레인을 하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위에 구자경 회장님도 직접 컴플레인을 하지는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대신 대부분은 재방문을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겠죠. 컴플레인이 없다고 내가 잘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컴플레인을 해준 고객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뭐가 불편하셨을까를 세심하게 읽어 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절대적인 개수에 의존하지 말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10개의 좋은 기능으로 호감을 얻더라도, 마지막 1개의 나쁜 경험으로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게 때문입니다. 기능 요구사항을 맞추는 제품은 세상에 많지만, 진짜 괜찮은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제품은 많지 않은 이유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Kano 모델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기능의 완성도와 고객의 만족도 간의 상관관계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제품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Excitement feature(차별화 기능)의 경우에는 완성도가 높아질 수록 고객의 만족도가 exponential 하게 상승하는 부분입니다. 마지막 한개의 완성도가 2배, 3배의 만족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마지막 1개의 비호감, 불편함으로 전체적인 만족도가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식별한 VOC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진짜 진짜 원인, root cause'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VOC가 한가지 명확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면 그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데, 2가지 이상의 복잡한 상황이 연관되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그 해결이 복잡하고, 때로는 서로 맞물려서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방향을 잡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일 수록 진짜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2차적 원인, 3차적 원인이 아니라, 1차적, 근원적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예전에 등이 너무 아파서 큰병인가 걱정되서 물리치료, 도수치료.. 안 받아본 게 없었습니다. 순간적으로 통증이 완화는 되었지만, 자고 일어나면 또 아팠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등통증은... 일정 기간 등 근육 운동을 3개월 정도 하면서 스르륵 사라졌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쇼핑몰에 '좋은 상품이 부족합니다.'라는 VOC가 생겼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VOC가 발생하는 보통의 원인은 실제로 '좋은 상품'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상품 소싱 쪽을 조져야...) 그런데, 이 문제를 자세히 더 뜯어보면... 의외로 쇼핑몰 상품 전시와 검색 기능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상품은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상황인데도... 고객의 선호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전시 페이지, 다양한 유사어를 지원하지 못하는 검색 기능으로 인해 고객이 느끼기에는 '좋은 상품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참 어렵지요~
우리는 VOC, 문제점을 만났을 때 본능적으로 쉽고, 몸에 익고, 내가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찾기 쉽습니다. (어려운 길을 일부러 걷는 건... 성자들이나..)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손쉬운 해결 방안은 잘못된 미봉책인 경우가 있습니다.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VOC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손쉬운 해결 방안을 빠르게 찾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근원적 문제 원인(root cause)를 식별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집중해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root cause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이 때!!!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절대로 쉽고 빠른 해결안을 바로 선택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대응 방안은 root cause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적인 해결안이어야 하고, 그 대응 방안은 몇개월 후에는 root cause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향하고 있어야 합니다.
시작하면서 설명했지만 좋은 제품팀은 VOC를 대하는 자세가 좋습니다. 실제로 서비스를 운영해보면 VOC 대응만큼 어려운 일이 또 없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VOC를 읽는 거 부터 힘듭니다..) VOC 대응 업무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는 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거 같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 아무나, 아무팀이나 고객 VOC 처리를 잘할 수 없을 것이고, 그래서 이 지점에서 좋은 제품팀과 그저 그럼 제품팀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모든 제품팀이여! 감사하게 컴플레인 해주신 고객의 VOC에 귀를 기울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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