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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스타트업, 왜 실패하는가?

Scrapbook - leadership

by 무병장수권력자 2021. 8. 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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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atype/ma/category_id/8_1/article_no/1705

 

[HBR]스타트업, 왜 실패하는가?

유망해 보였던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들

www.hbrkorea.com


스타트업, 왜 실패하는가?
〈Why Startups Fail〉

 

내용 요약

조명
스타트업 대부분이 실패한다.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진단
스타트업 실패 분석 결과, 창업자가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를 두 가지 패턴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적절한 이해관계자를 찾지 못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전 준비 없이 무조건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치료
기존에 소개된 ‘기업가를 위한 방법론’ 등을 무조건 수용할 게 아니라 깨인 눈으로 사업을 봐야 한다. 부작용에 부딪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에 적합한 투자자와 경영진이 함께해야 한다. 고객 인터뷰와 조사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스타트업 대부분은 실패한다.

스타트업 3분의 2 이상이 투자자에게 수익을 되돌려 주지 못한다. 왜 그렇게들 실패하는 것일까? 수년 전 우연히 떠오른 이 질문은 풀리지 않은 채 최근까지 필자의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돌았다.

퍽 괴로운 일이었다. 필자는 지난 24년 동안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 코스의 모든 학생들이 수강해야 하는 ‘기업가정신 수업The Entrepreneurial Manager’의 교수진을 이끌어왔다. 스타트업 관련 연구도 하고, 앤젤투자자로도 활동했다. 스타트업 이사진에 대한 연구 덕분에 학교 내 벤처 기업의 여러 특징을 다루는 14개 선택 수업이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왜 스타트업 상당수가 실패로 끝나는지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면서 학생들 앞에 서서 스타트업의 성공비결을 이야기하는 게 맞는 일일까?

그래서 이 질문을 깊게 파고들기로 마음먹었다. 수백 명의 창업자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창업 및 벤처기업의 어려움과 관련된 일화, 인터뷰, 논문 등을 두루두루 섭렵했다. 실패한 스타트업에 대한 케이스스터디 20개를 작성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이 스타트업 실패 원인과 패턴을 밝혀낸 〈Why Startups Fail〉이다.

필자의 연구는 스타트업의 몰락에 대한 그간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의 그럴듯한 추측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보통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게 스타트업 실패 원인을 물으면 대개 “말이 문제지”와 “기수가 문제지”라는 답이 돌아온다. 여기서 ‘말’이란 목표한 사업이고 ‘기수’란 창업자다. 물론 사업에는 둘 다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걸 선택해야 한다면 벤처캐피털리스트 대다수가 사업 아이템보다는 창업자의 역량을 꼽을 것이다. 이러한 통념을 보면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벤처기업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 흔히 창업자에게 부족했던 역량들을 늘어놓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특히 창업자의 근성이나 업에 대한 감각,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그러나 창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난마처럼 얽힌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근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근본적 귀인 오류란 어떤 결과의 원인을 꼬집을 때 외부에서는 행동 주체의 내적 기질이나 성격을, 행동 주체는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외부 여건을 지목하는 것을 이른다. 쉽게 말해 내 일이 잘못되면 내가 아니라 상황 탓이지만 누군가의 일이 잘못되면 상황이 아니라 그 사람 탓이라고 단정하는 일이다. 어떤 스타트업이 실패했을 때 그 이유가 ‘경쟁기업의 비이성적 행보’ 때문이라 생각한다면 그것도 근본적 귀인 오류 사례다.

〈Why Startups Fail〉에서는 탓할 사람을 지목하는 것 대신 스타트업의 실패 패턴 여섯 가지를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이 중 두 가지 패턴을 집중적으로 다뤘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 가장 흔하지만,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잘못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실패가 불 보듯 뻔했던 경우, 전도유망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부 돌발 변수로 인해 실패한 경우는 제외했다. 그보다는 일찌감치 시장의 기대를 받으며 시작했지만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실수로 침몰하고만 스타트업 케이스를 다뤘다. 둘째로 이 두 패턴이 대기업과 정부, 비영리단체 내에서 벤처기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자 HBR의 주 독자층이기도 한 여러분이 가장 많이 직면할 패턴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각 패턴에 대한 설명과 패턴별 케이스스터디, 발생 시기, 대응 방법도 함께 담았다.(기타 실패 원인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 그밖에 스타트업 실패 요인 4가지’ 참고)


그밖에 스타트업 실패 요인 4가지

긍정 오류를 범하다

기업 초기에 종종 시장 수요에 대한 신호를 긍정적으로 착각하는 실수가 발생한다. 얼리어답터들의 열띤 호응에 눈이 멀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 하지만 주 고객층이 원하는 바가 얼리어답터가 원하는 것과 다른 경우, 스타트업은 제품을 다시 설계하고 홍보해야 한다. 이때 큰 비용이 들어 원래 많지도 않았던 자금이 소진돼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속도의 덫에 걸리다

매력적인 사업 기회를 발견해 초반부터 급성장에 매진하는 벤처들이 있다. 벤처 자본에 크게 투자한 투자자들은 더욱 사업을 확장할 것을 주문한다. 결국 본래의 타깃으로 선정한 고객 시장은 포화되고, 고객 베이스를 확장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회사의 가치 제안에 대한 새로운 고객군의 반응은 얼리어답터에 비해 미적지근할 수 있다. 계속 성장하려면 고객 확보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한편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 경쟁기업이 제품 가격을 인하하거나 각종 프로모션을 쏟아낼 수 있다. 어느 순간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비용이 고객이 회사에게 주는 가치를 넘어서는 시점이 온다. 벤처기업에서 보유한 돈이 바닥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은 추가 투자에 인색해진다.

인력이 부족해지다

이 패턴을 밟은 스타트업은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유지하면서 무리 없이 신규 고객을 대거 끌어오지만, 자금이나 고위경영진이 부족해 휘청인다. 2000년대 후반 청정기술 산업의 사례처럼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갑자기 업계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고 돌아서기도 한다. 급성장 중인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시점에 자금줄이 마르게 되면 살아남기 힘들다. 또한 확장 국면의 스타트업이라면 전문 분야의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엔지니어링, 마케팅, 금융, 운영 등 많은 직원을 이끌 수 있는 고위경영진이 필요하다. 이런 인재를 너무 늦게 영입하거나 부적절한 사람을 데려온다면 시장 지형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전략적 추세 변화strategic drift는 물론 비용 상승과 사기 위축을 앓을 수 있다.

기적이여 넝쿨째 오라

원대한 목표를 세운 기업가의 앞길에는 여러 장애가 놓이는 법이다. 대규모의 핵심 고객에게 기존 방식을 바꾸라고 설득하기, 신기술 완전히 습득하기, 기존 시장 강자와 파트너십 체결하기, 규제 완화나 기타 정부 지원 요청하기, 막대한 자금 조달하기 등등이다. 매 장애물에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다. 하나라도 실패하면 어두운 미래가 기다린다. 각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확률이 50%라고 가정할 때, 위 다섯 개 장애물 모두 성공적으로 뛰어넘을 가능성은 룰렛 당첨 가능성과 동일하다. 바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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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이디어, 나쁜 친구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원하는 창업자란 앞서 강조했듯 회복탄력성과 과거 스타트업 경험, 열정 등을 갖춘 인재다. 그러나 이렇게 보기 드문 역량의 소유자가 회사를 이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밖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각자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 즉 직원과 전략적 파트너, 투자자 등에 따라 회사의 흥망이 좌우될 수 있다.

실제로 성공한 스타트업 뒤에 언제나 훌륭한 ‘기수’가 있던 것은 아니다. 창업자에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경영진이 보완할 수 있고, 잔뼈가 굵은 투자자와 컨설턴트가 적절한 조언을 주거나 필요한 사람을 소개해 도와줄 수 있다. 사업 아이디어가 좋으면 대개 이처럼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창업자가 굳이 전지전능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좋은 사업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는 다수의 재능 있는 인물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퀸시 어패럴Quincy Apparel 케이스를 보자. 2011년 5월, 필자가 지도했던 알렉산드라 넬슨Alexandra Nelson과 크리스티나 월리스Christina Wallace가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데 내 의견을 듣고 싶다며 찾아왔다. 모두 우수한 인재고 시장의 미충족 수요를 겨냥한 아이디어도 인상적이었다. 넬슨과 월리스는 젊은 사무직 여성을 위한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몸에 착 붙는 괜찮은 가격의 출근복을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예전부터 가깝게 지냈던 두 사람은 새로운 솔루션을 고안했는데, 바로 소비자의 허리-엉덩이 비율과 브래지어 사이즈 등 네 가지 신체 치수를 기준으로 의상 사이즈를 조절하는 것이었다. 남성 맞춤정장 만들 때와 유사한 접근방식이었다.

넬슨과 월리스는 린 스타트업 방법으로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최소기능제품MVP을 만들어 정확한 수요를 파악했다.(최소기능제품이란 믿을 만한 소비자 피드백을 얻기 위해 최소한의 기능만으로 구성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그리고 소수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비공개 트렁크쇼를 6차례 열어 고객이 직접 샘플용 의상을 입어보도록 하고 주문을 받았다. 트렁크쇼에 참여한 고객 200명 가운데 25%가 실제로 옷을 구매했다. 호응이 좋자 두 사람은 본업인 컨설팅을 그만두고, 벤처자금 95만 달러를 유치했다. 그리고 팀을 꾸려 퀸시 어패럴(퀸시)를 론칭했다. 퀸시는 중간유통상 없이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D2C 모델을 채택해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했다. 당시 필자도 엔젤투자자로서 퀸시에 투자했다.

초기 주문도, 재주문도 엄청났다. 퀸시 첫 시즌 컬렉션 제품을 구매했던 손님 가운데 무려 39%가 다시 주문을 넣었다. 그러나 퀸시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재고 투자를 늘려야 했다. 동시에 생산 라인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이즈 하자 및 불량 제품이 등장했고 이렇게 반품된 상품의 양이 예상치를 넘어섰다. 반품을 처리하고 생산 라인 문제를 해결하느라 마진에 타격을 입었고, 퀸시의 현금 보유액도 빠르게 바닥나기 시작했다. 이후 퀸시는 자본을 추가 조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운영을 간소화해 효율성을 끌어올리자는 계획으로 제품 라인 개편을 단행했지만 피벗pivot 효과가 증명될 때까지 버틸 만한 자금이 없었다. 결국 창업 후 1년도 안 돼 퀸시는 문을 닫았다.

퀸시는 왜 실패했을까?

창업 아이디어는 훌륭했다. 타깃 소비자에 대한 가치 제안도 매력적이었다. 생산라인의 버그를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면 이윤 공식도 장기적 관점에서 흠잡을 데 없었다. 또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선순위 고객군의 1인당 평생 가치가 1000달러 이상이고, 이는 신규 고객을 사로잡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인 100달러를 크게 웃돈다는 퀸시의 전망도 신뢰할 만했다.(퀸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탔고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까지 받으면서 마케팅 비용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렇다면 퀸시의 실패가 월리스와 넬슨이 기수로서의 역량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기질적인 측면을 말하자면 두 사람은 창업자에 알맞은 자질을 타고났다. 예리함과 지략을 겸비했고, 둘의 관계도 상호 보완적이었다.

월리스는 담대한 비전과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마케팅과 자금 조달을 책임졌다. 넬슨은 운영 책임자로 신중하고 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 콤비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첫째, 두 사람은 깊은 우정을 깨뜨릴 의사가 없었다. 전략 수립부터 제품 디자인까지 중요한 의사결정 시 항상 각자의 의견을 5대5로 반영했다. 이 때문에 빠르게 치고나가야 할 때도 매번 뒤처졌다. 둘째, 두 사람 다 옷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본 경험이 전무했다.

의류 생산은 원단 소싱과 패턴 메이킹, 품질관리 등 단계마다 전문화된 작업이 필요하다. 월리스와 넬슨은 자신들에게 부족한 업계 노하우를 채우기 위해 타 의류브랜드에서 경력자들을 스카우트했다. 적은 인원이지만 업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인 만큼 동시에 다양한 업무를 소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서는 직원 한 명 한 명이 ‘일당백’ 역할을 수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업력이 오래된 패션회사 출신으로 고도로 전문화된 시스템에 익숙했기 때문에 본인 분야가 아닌 일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퀸시는 패션업계에서 흔히들 하는 대로 생산을 외주공장에 맡겼다. 그러나 업계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는 회사가 기존과 다른 치수의 옷을 소량으로 주문하자 공장들이 늑장을 부렸다. 이에 배송지연 사태가 초래됐다.

퀸시의 몰락에는 투자자들도 한몫 했다. 월리스와 넬슨은 150만 달러 조달을 목표로 잡았지만 현실은 95만 달러에 그쳤다. 시즌 컬렉션을 두 차례 진행하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론칭 전에 최소 시즌 컬렉션을 세 번 경험해봐야 섬세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예상이 옳았다. 두 시즌의 컬렉션은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졌지만 새로운 투자자를 유인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자금을 제공한 기존 벤처캐피털 회사는 규모가 작은 곳이라 추가자금 조달이 어려웠다. 더구나 벤처캐피털리스트 대부분이 IT 스타트업에만 익숙한지라 퀸시도 빠른 성장에 힘 쓰라고 주문하는 등 실망스러운 조언만 읊었다. 성장에 속도를 내려면 재고 쌓기가 우선인데 재고를 확보하다 보면 생산라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가진 현금을 모두 소진하게 된다.

한마디로 정리해보자. 퀸시의 경우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친구들’을 잘못 사귀었다. 창업자뿐만 아니라 직원, 협력업체, 투자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회사의 실패에 책임이 있다.

퀸시는 이런 결말을 피할 수 있었을까? 있었다. 두 창업자가 모두 패션 산업에 경험이 없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월리스와 넬슨이 의상 디자인과 생산의 복잡한 일면을 제대로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업계 인맥이 없으니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업계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도 없었고, 빠른 배송을 담보하기 위해서 공장 매니저와의 과거 거래 관계를 어필하는 등의 대처도 불가능했다. 그리고 패션업계 실적이 없는 초짜 창업자들에게 기꺼이 투자할 사람을 찾기가 녹록지 않았다.

패션업계 경력자를 공동 창업자로 데려오는 게 가장 좋았을 것이다. 실제 넬슨과 월리스가 시도한 일이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이들은 주변에 조언을 구할 사람들이 꽤 있었기는 하나, 더 많은 사람을 곁에 두었어야 했다. 사후 분석에서 두 사람은 하나의 공장에 전체 디자인 및 생산 프로세스를 맡겼다면 많은 운영 문제가 해결됐으리라 결론지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아니라 의류공장에 투자 제안을 하는 것도 방법이었을 것이다. 퀸시에 자기 지분이 생긴 공장은 주문을 신속히 처리하고 생산라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적극적이었을 것이다. 또한 고속성장만을 요구하던 벤처캐피털리스트와 달리 공장주들은 신규 어패럴 라인의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더 잘 알았을 것이다.

퀸시의 문제를 통해 어떤 요인으로 스타트업이 이런 실패 패턴에 휘말리는지 알 수 있다. 우선 시장에 처음 진입하면 부족한 업계 경험이 발목을 잡는데, 특히 의류 제조업처럼 대규모 재원이 여러 번 필요한 비즈니스라면 더 문제가 된다. 퀸시 창업자들은 다단계 생산 공정 설계를 아무것도 모른 채 맨땅에서 시작해야 했다. 게다가 이런 공정은 한번 자리 잡으면 바꾸기가 몹시 힘들다. 퀸시의 또 다른 실패 요인으로는 끊임없이 변하는 패션 트렌드를 꼽을 수 있다. 의류 디자인을 끝내고 나면 다음 시즌이 오기까지 수개월이 남았는데도 곧바로 시즌 전체 컬렉션 재고를 마련해야 했다.

이러한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실전에서 몸소 부딪치며 업계를 배우는 전략을 선택하면 값비싼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투자에 부담을 느끼면 전체 자금을 한 덩어리씩 나눠 투입하면서 회사의 성장 여부를 지켜보고 싶어 한다. 스타트업이 주춤하거나 비틀거리면 다음 회기에는 자금을 더 투입하지 않는다. 또 새로운 투자자들도 투자를 꺼리게 된다. 솔루션을 피벗하면 그 효과를 검증하는 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수주나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면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가에게 실수란 사치인데, 업계 경험이 부족하다면 헛발질할 확률이 더욱 커지게 된다.

잘못된 시작

필자는 오랫동안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옹호해 온 사람이다. 그러나 스타트업 실패에 대한 케이스스터디를 하면서 린 스타트업의 실제 결과가 이론이 장담하는 만큼은 못 미친다고 결론 내렸다. 린 스타트업의 접근방식을 전적으로 따랐다고 이야기하는 기업가 상당수가 알고 보면 일부만 수용하는 데 그쳤다. 세부 사항을 보면 이들은 MVP를 론칭해 피드백을 얻고 다시 개선된 제품을 론칭하는 린 스타트업 방법론이 제시하는 반복 과정을 답습했다. 창업을 준비할 때 소비자에게 MVP를 선보여 어떤 반응이 돌아오는지 시험해보면 가망 없는 제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제품 및 서비스를 설계하기 전에 고객 니즈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원하는 피드백을 가져다 줄 MVP를 만드는 데 실패해 귀중한 시간과 자본만 낭비하게 된다. 이를 가리켜 ‘잘못된 시작False start’이라고 한다. 이런 실수를 하는 기업가는 심판이 신호탄을 쏘기도 전에 부정 출발하는 단거리 육상 선수와 같다. 제품을 선보이는 데만 급급해서다. 린 스타트업에서는 “빠르게 수시로 론칭하라launch early and often” “빨리 실패하라fail fast” 등과 같은 수사를 즐겨 쓰면서 ‘준비-조준-발사’가 아니라 ‘준비-발사-조준’ 순서로 행동할 것을 장려한다.

2010년 온라인데이트 앱 스타트업 트라이앵귤레이트Triangulate가 이 증후군을 앓았다. 사업 초기에 트라이앵귤레이트의 창업자인 수닐 나가라지Sunil Nagaraj 는 사업 초기에 매칭 엔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이하모니eHarmony와 매치Match 같은 데이트 중개 플랫폼에 라이선싱하려 했다. 이 엔진을 이용하면 자연스레 페이스북, 트위터,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등 소셜 네트워크 및 미디어 사이트에서 (고객이 동의한) 고객 프로필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엔진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각자의 취향과 습관을 분석해 연애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끼리 만남을 주선한다. 하지만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투자 제안에 고개를 흔들었다. 나가라지에게 “일단 라이선싱 계약부터 맺고 오라”고 말했다.

나가라지는 라이선스 계약을 위해 매칭 엔진의 효과를 보여주려 했고 이에 트라이앵귤레이트가 론칭한 페이스북 앱에 엔진을 적용해 보기로 했다. 이는 페이스북 파트너 플랫폼들의 막대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그러자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관심을 보였고, 나가라지는 75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윙스Wings라는 연애·만남 중개 사이트 출시했다. 윙스는 무료 서비스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프트 아이템이나 메시지 등 소액결제 상품으로 매출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윙스가 트라이앵귤레이트의 주력 사업이 되면서 라이선싱 계획은 후순위로 밀렸다.

윙스는 페이스북 등 여러 온라인 서비스업체와 연계돼 사용자 프로필이 자동으로 입력되도록 설계됐다. 그리고 사용자가 친구를 초청하면, 친구가 사용자를 대신 소개하고 보증하는 ‘윙맨Wingman’ 시스템을 운영했다. 이 시스템이 입소문을 내줄 것이라 기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윙스는 시장에 등장한 지 1년이 안 돼 매칭 엔진과 윙맨 시스템을 버렸다. 사용자들이 상대방의 외모, 인근 지역 거주 여부, 메시지 응답률 등 기존 데이팅 사이트가 제공하던 매칭 기준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윙맨 시스템의 입소문 효과는 기대보다 못했을 뿐 아니라 사이트 이용에 불편을 초래했다. 더구나 많은 사용자가 친구에게 자신의 연애 사정을 알리기 꺼렸다.

론칭 1년 이후 윙스의 유저 베이스는 늘었지만 실제 이용률은 기대보다 낮았다. 그 결과 사용자당 매출이 본래 나가라지의 예상치를 훌쩍 밑돌았고, 바이럴 효과가 시원찮은 탓에 신규 가입자 유인 비용은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윙스는 지속 불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했다. 현금 잔고가 바닥나기 시작한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새로운 데이팅 사이트 데이트버즈DateBuzz를 시작했다. 데이트버즈는 상대방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고, 다른 프로필 정보로 상대방에게 투표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많은 온라인 소개팅 사이트가 골치 아파하던 문제, 바로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만이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받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개팅 사이트에서 외모가 매력적인 사용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메시지를 받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반대 상황을 겪는다. 데이트버즈는 외모가 아닌 다른 부분에도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사용자 만족을 증대시키는 방법을 발견했다. 매력적인 용모의 사용자는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았고 외적인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용자가 받는 메시지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데이트버즈는 윙처럼 신규 고객 확보 비용이 회사가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됐다. 나가라지는 보유한 현금이 고갈되기 전에 네트워크효과가 발휘돼 고객 유치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 자신할 수 없었다. 결국 트라이앵귤레이트는 문을 닫고 투자자들에게 12만 달러를 돌려주었다.

트라이앵귤레이트는 왜 실패했을까?

‘기수’나 ‘친구’가 문제가 아니었다. 나가라지는 벤처캐피털 업계의 큰손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나가라지를 포함해 직원 모두 우수한 사람들이었다. 빠른 속도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 이를 서비스에 반영하는 반복 작업을 창의적이고 민첩하게 진행하는 인재들이었다. 변변찮은 창업자에게 뛰어난 직원과 똑똑한 투자자가 붙는 경우는 드물다. 트라이앵귤레이트의 실패는 퀸시처럼 ‘좋은 사업 기회가 있었으나 주변이 따라주지 못해’ 실패한 게 아니다. 그와 정반대다. ‘주변은 따라주었으나 사업 기회가 잘못된’ 사례다.

트라이앵귤레이트는 2년 미만의 기간 동안 세 차례 피벗을 했는데, 여기에 실패 원인의 실마리가 있다. 어떤 면에서 피벗은 린 스타트업의 근본이라 할 수 있다. 트라이앵귤레이트는 고객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계획을 조정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단계마다 린스타트업 핵심 방법론인 ‘빨리 실패하라’를 철저히 따랐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고객이 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해서 ‘자주 먼저 출시하라’는 또 다른 린스타트업 원칙에도 충실했다.

그러나 린 스타트업 방법론은 이게 다가 아니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의 대부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 교수에 따르면 이른바 ‘고객 발견customer discovery’ 단계를 제품 개발에 나서기 전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 이때 잠재적 고객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HBR 2013년 5월호 ‘Why the Lean Start-Up Changes Everything’1) 이 인터뷰는 아직 누구도 충족하지 못한 고객의 욕구를 탐색하는 시간으로,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다. 사후 분석에서 나가라지는 고객 인터뷰 단계를 생략했음을 시인했다. 나가라지 팀은 매칭 엔진이나 윙맨 콘셉트가 유효한지 검증하는 사전조사를 건너뛴 것이다. 퀸시의 트렁크쇼와 같은 MVP 테스트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윙스를 완제품으로서 시장에 내놓는 일에 총력을 기울였다.

트라이앵귤레이트는 고객 발견 및 MVP 테스트를 배제한 결과 ‘잘못된 시작’의 덫에 걸렸다. 또한 ‘빠른 실패’ 방법론을 따르다 정말로 빨리 실패하는 바람에 말이 씨가 된다는 자기 충족적 예언을 착실히 구현한 꼴이 됐다. 트라이앵귤레이트가 초기에 고객의 의견을 듣거나 제대로 된 MVP를 만들어 시험했다면 시장 니즈를 보다 충족하는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최초로 출시한 제품이 실패하면서 피드백 순환 과정이 무의미해졌다. 시간은 초기 단계의 신생 기업에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시계는 돌아가는데 피드백 순환을 한 차례 허비한다는 것은 가진 돈이 떨어지기 전에 피벗할 기회를 잃게 된다는 뜻이다.

왜 나가라지 같은 창업자들은 사전 고객조사를 생략할까? 행동을 우선시하는 기업가적 기질 때문이다. 기업가들은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사람들이다. 엔지니어들은 무언가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 나가라지와 다른 트라이앵귤레이트 구성원들처럼 기업가면서 엔지니어인 경우 최대한 빨리 첫째 버전을 만드는 일에 바로 뛰어든다. 그리고 편견을 부추길 소지가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엔지니어의 상당수는 내향적이라 블랭크 교수가 가르친 대로 회사 밖으로 나와 잠재적 고객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창업자가 테크놀로지 분야 출신이 아닌 경우에도 ‘잘못된 시작’에 빠질 수 있다. 좋은 제품이 핵심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가능한 한 빨리 엔지니어를 영입하려 한다. 그러고 나서 큰돈을 주는 만큼 엔지니어들이 바쁘게 일해주기를 기대하며 제품 개발에 돌입한다.

희망적인 것은 ‘잘못된 시작’을 쉽게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세 단계로 구조화한 제품 디자인 프로세스를 따를 것을 제안한다.

1 문제 정의하기

고객들에게 솔루션부터 소개하고 보자는 생각은 잠시 제쳐두고, 기업은 제품 설계를 시작하기 전 잠재 고객을 꼼꼼히 인터뷰해야 한다. 어떤 솔루션을 내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피드백은 나중이다. 그보다는 고객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 정의해야 한다. 또한 잠재적 고객 중에서 얼리어답터와 나중에 주 구매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사람들 모두를 인터뷰하는 게 중요하다. 두 고객군 모두를 사로잡아야 비로소 성공한다. 고객군마다 니즈가 다르다면 제품 로드맵에 이 차이점을 반영해야 한다.

이에 더해 시장에 이미 소개된 솔루션들에 대한 사용자 테스트도 병행하는 등 비교 분석을 실시해 경쟁 제품의 장·단점을 파악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잠재적 시장의 규모를 파악하고 고객을 분류하기 위한 여론 조사는 고객 행동 및 태도와 같은 유용한 데이터를 측정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

2 솔루션 개발하기

고객군을 파악하고 미충족 니즈를 분석했다면 다음은 여러 솔루션을 브레인스토밍할 차례다. 콘셉트별로 프로토타입을 만든 뒤 잠재 고객과 일대일로 만나 피드백을 얻어야 한다. 이 작업을 반복적으로 거쳐 다소 허술한 첫 프로토타입을 기능, 외양, 느낌 측면에서 완제품에 가까운 ‘보다 완성도 높은higer fidelity’ 버전의 제품으로 점차 만들어나간다. 고객 피드백을 토대로 프로토타입을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은 하나의 강력한 디자인이 나올 때까지 멈춰선 안 된다.

3 솔루션 검증하기

가장 인기 있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MVP 테스트를 여러 차례 계속한다. 앞선 2단계에서 소비자 한 명 한 명과 직접 만나 시제품을 리뷰하는 것과 달리, 3단계의 MVP 테스트는 실제 시장 환경과 흡사한 곳에서 실제 고객이 제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일이다. MVP의 완성도는 양질의 피드백을 수집하는 데 필요한 수준을 충족하면 된다. 다시 말해 필요한 이상의 외양과 기능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 초반 MVP 테스트 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의 캠페인을 이용해 제품 수요를 측정하거나 B2B 고객에 구매 의향서를 요청하면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제품 설계 과정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창업자가 다르게 사고해야 한다. 벤처기업을 막 시작한 기업가를 보면 대부분이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와 관련해 미리 자기만의 답을 생각해 두고 있다. 그리고 이게 옳은 방향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제품 설계 과정에서 특정 문제에는 반드시 특정 대안을 적용한다는 자신만의 원칙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얽매여서는 안 된다. 설계 과정에서 예상보다 더 심각한 문제나 기대보다 더 좋은 대안이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균형 유지하기

물론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떤 치명적인 장애물을 맞닥뜨릴지 창업자가 미리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실패 패턴 두 개를 숙지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왜 이 두 패턴에 스타트업이 유독 취약한지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기업가가 통념대로 하면 위대한 기업가로 거듭나리라 믿고 행동하는데, 역설적으로 이러한 행동이 실패 패턴을 답습할 위험을 키운다. 그래서 기업가는 균형을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통념을 따르면 대개 좋은 결과를 얻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추종해서는 안 된다. 다음은 새내기 창업자가 흔히 듣는 조언과 그 부작용에 관련된 내용이다.

일단 하라! 위대한 기업가는 행동하는 사람이다. 기회를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너무 행동에만 집중하다가 앞선 실패 사례처럼 충분한 탐색의 시간 없이 성급히 제품 개발과 판매에 뛰어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제품에 문제가 있는데도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머지않아 찾아올 수 있다.

끈질겨라! 사업을 하다 보면 좌절할 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때 진정한 기업가는 털어내고 일어서 다시 사업을 물고 늘어진다. 기업가는 완강하고 오뚝이처럼 쓰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끈질김이 아집으로 변질되는 순간, ‘잘못된 시작’을 했음에도 깨닫지 못하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솔루션이 소용없다는 것이 명백한 때에도 피벗에 망설이게 된다. 피벗 타이밍을 놓치면 어려운 자금 사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그 결과 기업의 수명은 단축된다.

열정을 가져라!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은 기업가가 감당하기 벅찬 문제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열정적인 기업가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여정을 도와줄 직원과 투자자, 파트너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하지만 과도한 열정은 과신으로 바뀔 수 있다. 자기 과신에 빠진 기업가는 중요한 사전 시장조사를 건너뛰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자사 제품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스스로 하라! 쓸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비축해 둬야 한다. 그러므로 기업가는 검소해야 하고, 적게 쓰면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핵심 역량이 부족해서 고객들에게 약속한 가치 제안을 전달하는 일을 거듭 실패한다면 부족한 역량을 보완해 줄 직원을 채용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때 상당한 인건비가 소요된다면 근시안적이고 인색한 창업자는 “채용하지 않고 있는 사람끼리 해야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나쁜 친구들’ 실패 패턴에 빠질 위험이 크다.

성장하라! 고속 성장하는 기업에는 투자자와 인재가 몰린다. 직원들의 사기도 높다. 그러다 보면 이 기세를 몰아 고객에 대한 연구를 줄이고 다른 상품을 빨리 출시하고픈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 급성장 시기에 팀원과 파트너가 받는 압박이 매우 큰 것도 문제다. 만일 ‘나쁜 친구들’ 케이스라면 성장이 도리어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윤을 갉아먹는 독이 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실패를 명예의 훈장이나 기업가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인 것처럼 얘기하기 일쑤다. 아마 이런 반응은 실패에 대응하는 메커니즘의 한 형태일 수도 있고, 어쩌면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워낙 자주 실패하다보니 사회·경제적 손실에 무덤덤해진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사업을 접은 벤처 기업의 창업자 수십 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분노, 죄책감, 슬픔, 부끄러움, 억울함 등 날것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내보였다. 누군가는 현실을 부정했고, 누군가는 그저 우울해 했다. 꿈도 자신감도 산산조각 난 마당에 이들을 비난해 무얼 하겠는가. 이번 연구에는 실패를 받아들일 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으나 장담컨대 실패라는 폭탄이 터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 서면 누구나 아프다. 어디 그뿐이랴. 실패는 인간관계도 망가뜨린다. 과거 넬슨과 월리스는 퀸시 어패럴을 설립하면서 결코 일 때문에 우리의 우정이 깨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맹세했다. 그러나 이후 사업을 접어야 하는 시기에 그 방법을 두고 다툼이 일어났고 둘은 그 뒤 2년간 연락하지 않았다.(지금은 회복했다.)

실패는 우리 경제와 사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기업은 상황이 어려워지면 자원을 쓰지 않고 걸어 잠근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돈은 다른 좋은 곳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실패는 기업가를 꿈꾸는 이들을 망설이게 만드는 장벽이기도 하다. 강한 위험 회피 성향의 소유자, 빚이나 생계 등을 이유로 일을 관둘 수 없는 사람, 혹은 투자를 받을 기회가 적은 사람들, 다시 말해 여성 그리고 소수인종들. 실패는 이들의 벤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다. 물론 많은 기업가에게 실패란 미래이자 의무다. 게다가 한정된 자원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본래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한 많은 실패가 사실은 피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모두 같은 패턴을 따랐던 것임을 깨닫고 나면 조금이라도 덜 실패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에는 더 생산적이고 다양하며 덜 멍든 벤처 업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1. 국내에는 DBR 144호(2014년 1월 1호)에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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